
촬영을 코앞에 두고 주연 배우가 전격 교체됐다. 비어버린 여주인공 자리에는 방송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열아홉 살의 신인 연기자가 긴급 투입됐다.
당시 방송가에서는 누구도 이 파격적인 선택이 훗날 한국 드라마를 이끌어갈 톱배우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 장담하지 못했다.

바로 ‘성유리 대타’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던 배우 한효주의 이야기다.
2005년 12월, KBS2 드라마 ‘봄의 왈츠’ 제작진은 방영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았다. 당초 여주인공 박은영 역으로 낙점됐던 성유리가 오스트리아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불과 며칠 앞두고 돌연 하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정에 쫓기던 윤석호 PD의 선택은 뜻밖에도 신예 한효주였다. 한효주는 본래 다른 배역의 오디션을 치렀으나, 그의 맑은 이미지를 눈여겨본 윤 PD가 대체자로 전격 발탁했다. 미팅 바로 다음 날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짐을 쌀 겨를도 없이 곧장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잇는 계절 연작 완결판이라는 높은 기대감과 세간의 압박 속에서 ‘봄의 왈츠’는 양날의 검이었다.
국내 방영 당시 시청률은 기대치를 다소 밑돌았으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선판매 호조로 한류 시장에 눈도장을 찍으며 정극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KBS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과 SBS 퓨전 사극 ‘일지매’를 거치며 차근차근 연기 내공을 다진 한효주는 2009년 SBS 주말극 ‘찬란한 유산’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작품은 최고 시청률 47.1%를 기록하며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는 단숨에 흥행 보증수표로 도약했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MBC 대작 사극 ‘동이’의 타이틀롤을 맡아 긴 호흡의 서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원톱 주연의 저력을 뽐냈다.
그해 한효주는 만 23세의 나이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자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출발은 예정에 없던 주연 교체로 인한 긴급 투입이었으나, 한효주는 이를 발판 삼아 주연급 배우로 안착했다.
당시 성유리의 하차로 빚어진 캐스팅 변화는 신인 배우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됐으며, 이후 연이은 흥행작을 배출하며 결과적으로 한효주의 연기 경력에 중대한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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