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탐나니, 내 얼굴이?” 2000년대 초반, 허를 찌르는 허무함으로 전국을 폭소케 했던 ‘허무개그’의 주인공을 기억하는가.
2000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하자마자 동료 손헌수와 함께 유행어 붐을 일으켰던 개그맨 이진환의 이야기다.


당시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 6개월 만에 방송사의 메인 코너를 꿰찬 그는 광고와 밤무대 행사까지 싹쓸이하며 그 나이에 만지기 힘든 큰 부와 엄청난 명예를 단숨에 얻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영광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중 입대한 그는 군 제대 후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과 직면해야만 했다.

이미 허무개그의 열풍은 식어 추억이 되어버렸고, 방송가에서 그를 찾아주는 연락은 완전히 끊기고 말았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동네 작은 횟집 주방에서는 “개그맨 하다가 망해서 이런 데서 장사나 하고 있네”라는 일부 손님들의 상처 주는 무시와 냉소를 견뎌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진환은 쉽게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히 일어서겠다는 각오로 칼을 잡았다.
평소 취미였던 낚시 경험을 발판 삼아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15년 동안 독학으로 일식 기술을 치열하게 연마했다.
작은 포장마차로 시작해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결과, 그는 현재 강남에서 1인당 27만 원에 달하는 하이엔드 오마카세 식당을 운영하는 베테랑 셰프로 완벽히 변신했다.
그의 놀라운 변신은 방송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tvN 예능 프로그램 ‘식스센스 – 시티투어’에서 촬영 중 그의 식당을 방문한 국민 MC 유재석과 송은이는 살이 조금 붙었지만 예전 얼굴 그대로인 그를 단번에 알아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려 17년 만에 성사된 희극인 선후배의 뜻밖의 재회 속에서 이진환은 어엿한 셰프로서 직접 손질한 고급 요리를 대접했고, 그의 깊어진 요리 내공을 확인한 선배들은 대견함과 반가움의 박수를 보냈다.
그의 식당은 매일 새벽 3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직접 공수한 강담돔, 붓발이 등 고급 희귀 생선과 천안에서 부모님이 직접 땀 흘려 재배한 유기농 채소만을 고집한다.
가게 이름 역시 평생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의 성함을 따 지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담긴 한식과 최상급 일식을 결합한 독창적인 코스 요리로 손님들의 찬사를 받으며 예약이 끊이지 않는 맛집 반열에 올랐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이미 복어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최고 난도 국가기술자격으로 꼽히는 ‘복어조리기능장’ 시험까지 준비하며 요리사로서의 전문성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무대 위에서 허무개그로 허탈한 웃음을 전하던 청년은, 이제 정성과 진심이 가득 찬 요리로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하며 제2의 인생 황금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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