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불빛 아래서 미소 짓던 아역 배우가 얼어붙은 빙판을 선택했을 때, 그것이 한국 피겨 역사의 거대한 변곡점이 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그를 ‘은막의 유망주’가 아닌 ‘은반의 간판’으로 기억한다. 바로 차준환의 이야기다.

과거 JTBC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한 차준환은 피겨를 시작한 독특한 계기를 밝혔다. 원래 낯을 가리고 부끄러움이 많던 그는 초코파이 CF와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등에서 활약하던 잘나가는 아역 배우였다.

연기 활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발레와 함께 시작했던 스케이트에서 생각지 못한 ‘자유로움’을 맛보며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다.
배우 활동으로 다져진 표현력은 훌륭한 디딤돌이 됐지만, 은반 위의 삶이 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 그에게 찾아온 급격한 신체 변화는 선수 생활의 큰 시험대였다. 피겨 남자 싱글 무대에서는 장신인 180cm까지 키가 자라면서 점프 회전축이 흔들리는 혹독한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요동치는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빙판에 섰다. 발목에는 늘 박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고, 화려한 조명 뒤에는 언제나 진통제와 멍투성이 발이 숨어 있었다.

쉬는 날에도 러닝을 하고 영화를 보며 마인드를 컨트롤하는 지독한 자기관리는 결국 찬란한 기록으로 만개했다.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역사상 최초의 은메달에 이어, 지난 2025년 2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압도적인 연기로 마침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과거 피겨를 함께하다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으로 데뷔한 성훈과의 인연을 전할 만큼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오늘의 그를 만든 진짜 재료는 한계를 극복해 낸 지독한 생존 본능이다.

“은퇴 후에는 다시 배우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는 차준환. 신체적 변수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예술을 완성해 낸 그의 스케이팅은 이제 한국 피겨의 거대한 자산이자 가장 아름다운 이정표가 되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