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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째 미스터리인 육영수 여사의 죽음…왜 박정희 자작극설이 나왔나?

최순필 에디터 조회수  

영화 ‘암살자(들)’로 재점화된 ‘육영수 피격 사건’…’정권 배후·자작극설’의 허구와 팩트의 실체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장면. 총탄을 맞고 쓰러진 육영수 여사 (출처:KTV)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발생한 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가 개봉하면서, 반세기 전의 비극적인 역사가 다시금 세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영화가 다룬 비극적 서사와 미스터리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이 내부적으로 육 여사를 암살했다’거나 ‘정권 차원의 자작극이었다’는 식의 극단적인 음모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이러한 의혹은 과연 역사적 실체와 타당한 근거를 갖춘 것인지, 당시의 사법부 판결과 수사 기록, 과학적 분석, 그리고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을 통해 객관적 팩트를 집중 추적했다.

50년 전 공식 결론: 조총련 공작원 포섭된 문세광의 단독 범행

육영수 여사 생전 모습 (출처:KTV)

1974년 사건 당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발표하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한 정부의 공식 결론은 명확했다. 조총련계 공작원에게 포섭된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목적으로 일본 오사카 파출소에서 탈취한 스미스 앤 웨슨(S&W) .38구경 5연발 리볼버 권총을 소지한 채 식장에 잠입했다는 것이다.

문세광은 경축사를 낭독하던 박 대통령을 향해 돌진하며 총 4발을 발사했고, 그중 제4탄이 단상에 착석해 있던 육영수 여사의 우측 머리를 관통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국가의 공식 기록이다.

문세광은 현장에서 체포돼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사건 발생 불과 128일 만인 1974년 12월 20일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사형이 집행됐다. 이 신속한 사형 집행과 현장 수사의 미비점은 훗날 수많은 의혹이 싹트는 온상이 되었다.

미흡한 감식과 엇갈린 증언이 낳은 ‘자작극’ 음모론

그렇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박정희 정권의 고의적 암살설’이나 ‘자작극설’은 구체적으로 어떤 논거를 바탕으로 태어났는가.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근거는 핵심 물증의 부재다.

육 여사의 두부를 관통한 치명탄의 탄두가 현장에서 공식적으로 수거되거나 감식에 회부되지 못해 문세광 총기와의 강선 대조 작업이 누락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1989년 당시 서울경찰청 감식계장이었던 이건우 씨가 언론에 “문세광이 쏜 총탄 4발의 궤적(자신의 허벅지 오발 1발, 연단 하단 1발, 태극기 1발, 천장 1발) 중 육 여사를 향한 총탄은 없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한, 당시 현장 오디오 녹음 분석 결과 문세광의 총성 외에 박종규 경호실장 등 청와대 경호원들의 응사 총성이 울렸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합창단원 장봉화 양이 경호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육 여사 역시 경호관의 총에 맞았거나, 내부에서 정교하게 기획된 사살 작전의 희생양이었다”는 가설이 번져 나갔다.

‘정치적 자해 행위’…배후설의 허구성을 뒤엎는 결정적 반박

법정에 선 문세광 (출처:KTV 유튜브 채널)

그러나 역사학계와 무기·법의학 전문가들은 ‘박정희 정권이 육 여사를 고의로 암살했다’는 주장에 대해 역사적 맥락과 상식을 완전히 무시한 악의적 허구이자 낭설이라고 일축하며 조목조목 반박한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점은 정치적·인간적 실익의 완전한 부재다. 음모론자들은 박정희 정권이 체제 결집이나 국면 전환을 위해 사건을 기획했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당시 정치 지형을 완전히 왜곡한 해석이다.

육영수 여사는 당시 서슬 퍼런 유신 독재 체제의 공포를 중화하고 서민층과 온건 보수층을 지탱하던 가장 강력한 대중적 지지 기반이었다. 육 여사는 세간에서 ‘청와대 안의 야당’으로 불릴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고, 소외 계층을 챙기며 정권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던 대체 불가능한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런 육 여사를 제거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 스스로 가장 단단한 방패막이를 부수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육 여사의 급작스러운 서거 이후 박 대통령은 걷잡을 수 없는 심리적 공허와 고립감에 빠져들었고, 청와대 내부 권력 구조의 균형추가 무너지면서 차지철 경호실장 등 강경파의 득세를 불렀으며, 이는 5년 뒤 10·26 사태로 이어지는 정권 파멸의 단초가 되었다. 자기 파멸을 초래할 암살을 정권 수뇌부가 자행했다는 주장은 논리적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경호원 오발설’의 왜곡과 확대해석 문제도 명확히 짚어야 한다.

음모론자들은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니라 청와대 경호관의 총에 맞았다”는 의혹을 가져와 이를 은근슬쩍 “따라서 정권의 계획적 암살이다”라는 결론으로 비약시킨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2000년대 중반 외교·수사 문서 해제와 방송 탐사보도를 통해 제기된 현실적 쟁점은 문세광을 향해 응사하던 경호관의 총탄이 빗맞았을 가능성, 즉 ‘긴박한 상황에서의 우발적 오발과 그에 따른 정권의 은폐 의혹’이었지, 결코 사전에 계획된 고의 암살이 아니었다.

오발 가능성조차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법의학계의 탄도학적 시뮬레이션 결과 육 여사의 피탄 각도와 착탄 위치상 문세광의 총탄 궤적과 일치한다는 반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백번 양보해 경호 실패에 따른 오발과 은폐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박정희가 육 여사를 암살했다’는 자작극설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아울러 초동 수사 부실과 음모론의 경계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이건우 전 감식계장의 증언이나 탄두 미확보 등은 1970년대 초반 한국 경찰 수사 인프라의 낙후성과 청와대 경호실의 과도한 현장 통제가 부른 ‘수사 프로토콜의 총체적 실패’로 설명된다.

국가원수 암살 미수 사건이라는 초유의 국가적 비상사태 속에서 사건 현장이 경호실에 의해 조기에 오염되고 증거 보존이 미흡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자 비판받아야 할 과오다. 그러나 초동 수사의 미비나 국가기관의 은폐 관행이 곧바로 ‘내부 암살의 직접 증거’로 치환될 수는 없다.

문세광이 일본에서 권총을 탈취하고 가짜 여권으로 입국해 국립극장에 잠입하는 전 과정은 일본 경찰의 수사 자료와 재판 기록을 통해서도 입체적으로 증명된 팩트다. 문세광이 단상을 향해 실탄을 난사하며 돌진하는 장면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텔레비전 중계 카메라에 생생하게 박제되어 남아 있다.

만약 정권이 육 여사를 고의로 제거하려 했다면, 수많은 관중과 외교사절이 모인 공개 행사장에서 이처럼 성공 확률이 극도로 낮고 통제 불가능한 돌발적 총격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전무하다.

영화적 허구와 사료의 경계…음모론 아닌 팩트에 주목해야

영화 ‘암살자들’의 한 장면 (출처:하이브미디어코프)

결국 영화 ‘암살자(들)’의 흥행과 함께 번지고 있는 ‘박정희 배후설’이나 ‘육영수 암살 자작극설’은 경호 실패와 초동 감식의 부실이라는 역사적 상흔에 시대적 억측과 영화적 상상력이 덧씌워진 전형적인 음모론에 불과하다.

화는 과거의 미스터리를 모티프로 삼아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는 창작물이지만, 역사를 대하는 대중의 시선은 엄정한 사실관계 위에 서 있어야 한다. 팩트와 사료가 증명하는 실체는 반세기 전 비극이 외부 테러범의 무모한 흉탄과 경호 당국의 치명적 허점이 빚어낸 참사였다는 점이며, 근거 없는 정치적 배후설을 역사적 진실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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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필 에디터
herewhere@here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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