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에게 늘 웃음을 선사하던 개그맨 이동우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결혼 후 불과 100일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그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절망적인 실명 선고 앞에 주변에서는 아내 김은숙 씨에게 “늦기 전에 이혼을 생각하라”며 모진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의 선택은 달랐다. 김 씨는 “가장 힘든 사람은 내가 아닌 남편”이라며 주위의 만류를 뒤로하고 가정을 지켰다.

직접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한 그는 과거 한 방송에서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반대 상황이었다면 남편은 나보다 더 열심히 했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아내의 헌신과 신뢰 속에서 이동우는 절망을 딛고 라디오 DJ, 재즈 가수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그러던 2010년, 이동우의 사연을 접한 40대 남성 임재신 씨가 자신의 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임 씨는 근육이 점차 마비되는 진행성 근이양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이동우를 찾아온 임 씨의 제안을 이동우는 단번에 거절했다.

이동우는 “나는 하나를 잃고도 많은 것을 가졌는데, 그분은 남은 것마저 내어주려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보다 더 큰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의 마지막 선물을 차마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 남자의 특별한 인연은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2016)’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임 씨는 영화에서 왜 기증을 결심했느냐는 질문에 가슴 먹먹한 답변을 남겼다.
전신 마비로 오직 눈만 움직일 수 있었던 그는 “내 5%를 주면, (동우 형이) 100%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5%의 가능성으로 상대의 삶을 완전하게 채워주고 싶었다는 진심이었다.

서로의 눈과 다리가 되어 제주도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의 모습은 수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일깨웠다.
비록 눈을 주고받지는 못했지만, 이동우는 “세상과 다시 소통할 수 있도록 가장 맑은 눈을 선물 받았다”며 임 씨를 향해 깊은 경의를 표했다.

한 여인의 조건 없는 사랑과 두 남자의 고결한 우정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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