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라이트 형제’ 원로배우 조춘, 김두한 종로파 ‘고릴라’에서 건달 접은 결정적 계기

개성 있는 민머리 스타일과 강력한 액션 연기로 1980~90년대 대한민국을 풍미했던 ‘쌍라이트 형제’의 원로배우 조춘이 과거 ‘야인시대’의 실제 주인공인 김두한의 종로파 막둥이 건달로 활동하던 시절과, 거칠었던 어둠의 세계를 완전히 청산하게 된 극적인 일화가 공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1935년생인 조춘은 원로배우 신구보다도 한 살이 많은 나이로, 과거 일제강점기 직후와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실제 김두한이 이끌던 종로파의 막둥이 행동대장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당시 압도적인 체구와 엄청난 힘, 뛰어난 운동 신경을 자랑했던 그의 조직 내 별명은 ‘종로 고릴라’(혹은 낙원동 고릴라)였다. 당시 명동 곰, 명동 돼지, 종로 짱구 등 동물이나 신체 특징을 딴 별명이 유행하던 시절, 조춘은 힘의 장사로 통하며 종로 일대를 주름잡았다.

남다른 싸움 실력 덕분에 주변에서 해병대 출신이라며 거들먹거리는 후배들이 있을 때면, 그는 “너 같은 녀석들은 열 명이 와도 나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다”라며 “해병대 나왔다고 까불지 말고 예의를 지켜라”라고 훈계할 정도로 주먹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주먹 세계의 삶은 정권의 흐름과 함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시행된 사회정화 차원의 대대적인 깡패 소탕령에 이어, 전두환 신군부 정권 당시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소탕 작전이 전개되던 시기였다. 수많은 건달과 폭력배들이 강제로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혹독한 고초를 겪던 공포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달 생활을 이어오던 조춘은 종로 거리를 걷다가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던 군인 무리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그의 압도적인 포스와 주먹 실력에 누구도 쉽게 덤비지 못했겠지만, 서슬 퍼런 군부정권의 통제 아래 있던 군인들은 달랐다.

걸어오던 조춘을 불러 세운 한 하사는 다짜고짜 소총의 개미판(총개머리판)으로 그의 얼굴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평소 해병대 여러 명이 덤벼도 끄떡없다 자부하던 장사였지만, 국가 권력과 군대의 무자비한 무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정면 충돌로 인해 조춘은 현장에서 어금니 두 개가 완전히 부러져 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입안 가득 피가 고이고 고통이 밀려왔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군인들의 서슬 퍼런 기세와 들이밀어진 총구 앞에서는 가만히 서서 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군인들은 피를 흘리는 조춘을 향해 “다음에 또 거리에서 걸려오면 그땐 바로 총이다”라며 서늘한 경고를 남긴 채 그를 방방 돌려보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걸어 돌아가던 조춘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이 아무리 힘이 세고 주먹 세계에서 대장 노릇을 한다 한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과 군대의 총칼 앞에서는 한낱 힘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뼈저린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주먹의 허망함을 절감한 그는 이 잔혹했던 ‘총개머리판 사건’을 계기로 평생 몸담았던 건달 세계를 완전히 접고 손을 씻기로 결심했다.
어둠의 세계를 청산한 조춘은 1961년 영화계에 데뷔하며 액션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김유행과 함께 ‘쌍라이트 형제’를 결성해 코믹하면서도 강렬한 액션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해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의 단골 출연자로 활약하는 등 180도 다른 삶을 살았다. 과거 종로를 호령하던 거친 건달이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완벽히 거듭난 것이다.

나이가 90세를 넘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40대 못지않은 근육질 몸매와 놀라운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조춘은 과거 한 방송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등 남몰래 사회복지 활동을 이어온 따뜻한 근황을 밝히기도 했다.
거대해 보였던 주먹의 허망함을 깨닫고 과감히 과거를 청산했던 그의 결단이 있었기에,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건강하고 유쾌한 원로배우 조춘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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