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처럼 포즈 취해달라”…무례한 요구에 현장서 분노했던 조승우의 소신

배우 조승우가 과거 영화 촬영 및 인터뷰 현장에서 보여준 단호한 소신 행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화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며 귀감이 되고 있다. 장애를 흥미 위주의 흉내나 이미지로 소비하려던 미디어의 무례함에 타협하지 않고, 연기의 윤리와 인간에 대한 존중을 우선시했던 그의 태도가 재조명받는 모양새다.
해당 일화는 2005년 개봉해 500만 관객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말아톤’ 취재 현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현장을 찾은 한 언론사 기자는 조승우를 향해 사진 촬영을 유도하며 “자폐아처럼 포즈 한번 취해달라”는 주문을 던졌다.

순간 현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조승우는 상대의 요구를 듣자마자 자신의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크게 화를 내며 즉각 일침을 가했다.
장애를 단순히 겉모습으로 흉내 낼 수 있는 ‘포즈’ 정도로 가볍게 취급한 질문자의 태도가 자폐 아동에 대한 상식과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행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승우는 훗날 당시를 돌아보며 “(본인의 표현으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정도로 몹시 화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승우가 이토록 단호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배역을 준비하며 체득한 깊은 고뇌와 존중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씨와 자폐 아동들을 직접 만나 교감한 그는 자폐를 결코 정형화된 틀이나 하나의 정의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씨네21 등 영화 매체 인터뷰에서 그는 “배형진 군이나 다른 자폐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폐아는 스스로 문을 연다는 의미의 ‘자개아(自開兒)’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고 소통하기 때문”이라며 “달리 어떤 패턴이나 정의로 묶는 것은 엄청난 편견이자 오해라는 걸 깨달았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장애인을 획일화된 시선으로 가두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며, 인물 자체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했던 연기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실제로 조승우는 ‘자폐 연기가 힘들지 않았느냐’는 식의 전형적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운동복을 입고 계속 뛰느라 겨울에 땀 빼는 게 힘들었다”는 식으로 답하며, 인물의 장애를 연기적 ‘수단’이나 감정의 대상화로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해 왔다.
영화 속에서 그가 연기한 윤초원의 해맑은 미소 역시 자폐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웃을 때는 누구나 똑같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실제 웃음을 그대로 녹여낸 결과물이었다.
당시 이 같은 일화를 접한 대중과 실제 발달장애 가족들은 “단순히 연기만 잘하는 배우를 넘어 인간과 약자에 대한 본질적인 예의를 아는 진정한 배우”라며 지지를 보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승우의 일화가 소환되는 이유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도 타인에 대한 존엄과 기본적 선을 지켜내려는 단단한 소신이 대중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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